즈! 스토리 백업

 

NOTICE

본 게시글은 개인적으로 정리한 비공식 번역본으로, 오역 및 의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 소장 및 백업을 목적으로 게임 내 스토리를 정리한 기록입니다.

追憶*モノクロのチェックメイト

추억*모노크롬의 체크메이트

프롤로그

프롤로그

에이치

체크메이트.

이즈미

하아? 무슨 농담이야……?

이즈미

하나도 안 웃기거든. 아직 초반이잖아. 벌써 나한테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즈미

그냥 수다만 떨기엔 어색하니까, 심심풀이로 체스나 두자고 한 건 그쪽이잖아.

이즈미

멋대로 그렇게 싱겁게 끝내지 말라고. 너 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

에이치

후후. 가능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 숨만 쉬어도 힘들거든.

에이치

아무튼, 널 화나게 하려던 건 아니야.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에이치

체스는 첫 수를 두는 순간, 대체로 이후의 전개가 정해져. 말을 움직일 때마다 미래의 가능성은 좁아지지. 수학의 식과 마찬가지야.

에이치

숫자와 기호를 써 내려갈수록 해답도 보이기 시작하지.

에이치

넌 처음부터 수를 잘못 뒀어.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만회할 수 없어. 승패는 이미 결정됐거든.

에이치

그걸 확인하겠다고 한없이 말을 움직이는 것도 번거롭잖아?

에이치

솔직히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는 않네.

이즈미

음~……. 난 전혀 질 것 같지 않은데. 조금만 더 계속하게 해줘. 이대로는 납득할 수 없으니까. 괜찮지, 텐쇼인?

에이치

뭐, 상관없지만. 시간만 낭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세나 군.

에이치

난 체스에 자신이 있거든. 알다시피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밖에 하지 못했으니까.

에이치

혼자 몰두할 수 있는 취미에 빠지는 것 말고는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었지…….

에이치

그래서 보드게임 종류는 대체로 초보자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는 익혀 두었어.

에이치

다만 체스에는 좋지 않은 추억이 있어서, 한동안 손대지 않았지만.

에이치

체스와 수학, 음악, 그리고 네가 잘하는 발레 같은 것들은……. 대부분 재능이 전부야.

에이치

신이 처음 나눠 준 패만으로 평생 승부할 수밖에 없지.

에이치

그건 노력이나 운으로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아무래도 내게는 체스에 제법 재능이 있는 모양이라서.

에이치

열 살도 되기 전부터 어른들을 상대로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어.

에이치

무승부……. 아니, 정확히는 승부가 나지 않았던 상대는 츠키나가 군 정도였지.

♞

이즈미

그 고물 덩어리가 무승부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면, 난 평범하게 이길 수 있겠네. 그 녀석, 작곡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하니까.

에이치

그럴까? 네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인 건 아니고?

이즈미

흥……. 그 녀석이랑 무승부였다면, 너한테 재능이 있다는 말도 영 미심쩍은데.

이즈미

어차피 텐쇼인 가문의 도련님 눈치를 보느라, 상대들이 일부러 져 준 거 아니야?

에이치

물론 그런 경우도 있었겠지.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그런 외부적인 요소까지 활용해서 승리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이야.

에이치

재능이 전부여야 할 체스에서 내가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 건……. 그런 의미야. 이해하겠니, 세나 군?

에이치

이미 패는 모두 갖춰져 있어. 재능, 환경, 인맥, 정보…….

에이치

서로가 가진 패를 비교해 보고 내 승리를 확신했기에, 체크메이트라고 선언한 거야.

에이치

체스는 신사의 유희야. 굳이 볼품없이 남의 피를 뒤집어쓰고 싶지는 않으니, 항복해 줬으면 좋겠는데.

에이치

목에 검이 겨눠진 시점에서 포기하고, 그걸로 승부가 끝났다고 인정해 줬으면 해.

에이치

굳이 널 찔러 죽이고 싶지는 않아. 그건 우아하지 못하니까. 뭐, 네가 끝까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즈미

…………

에이치

세나 군? 대답 정도는 해 줘. 외롭잖아……. 끙끙거리면서 뭘 하는 거니? 포기하지 않고 이 난국을 헤쳐 나갈 방법이라도 찾고 있는 걸까?

에이치

소용없는데 말이야. 애초에 우리 목적은 대화였고, 체스는 그저 손이 심심해서 두고 있을 뿐이잖아.

에이치

그쪽에 정신이 팔려 버리면 본말전도지.

이즈미

음~……. 역시 납득이 안 돼. 내가 질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에이치

고집이 세구나. 뭐, 상관없지만. 마음껏 생각해 보렴…….

에이치

네가 체스에 정신을 빼앗겨 있다면, 나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하기도 쉬워질 테니 오히려 바라던 바야.

이즈미

협상할 여지 같은 건 없잖아. 이쪽은 네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니까.

이즈미

하지만 그것도 짜증 나니까 말이야. 적어도 체스에서만큼은 이겨서 네가 울상을 짓게 만들고 싶거든.

이즈미

나이트(knight)를 움직일게. ……이 녀석을 죽일 수 있겠어? 예전에 네가 그랬던 것처럼?

에이치

필요하다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에이치

내 죄책감을 자극해서 공격의 고삐를 늦추게 할 속셈이라면, 유감이지만 소용없어.

에이치

나는 『황제』야. 옥좌에 앉은 순간, 인간성을 상실했어.

에이치

통치자가 일일이 애정을 이유로 움직인다면, 국가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으니까.

이즈미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손은 멈췄는데?

에이치

……실례했어. 조금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츠키나가 군과도 자주 대국했는데, 그도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나이트(knight)를 움직이곤 했지.

이즈미

오히려 그게 궁금한데, 그 녀석 정말 체스를 둘 줄 알았어? 규칙 같은 건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거야?

이즈미

관심 없는 건 전혀 기억하지 않는 녀석이잖아?

에이치

그 점에서는 나도 꽤 고생했어. 그가 멋대로 새로운 규칙을 계속 만들어 냈거든. 나이트가 파괴 광선을 발사한다든가…….

에이치

솔직히 감당할 수가 없었지.

에이치

그래서 결판이 나지 않았어. 아니, 애초에 승부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지.

에이치

어쩌면 츠키나가 군은 처음부터 나와 승부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없었던 걸까.

♞

에이치

있잖아, 세나 군. 나는 정말 모르겠어. 모두 내 탓이라고 말하고, 나도 그게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해.

에이치

하지만 정말로, 난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할 생각은 없었어.

에이치

츠키나가 군이 좋았어. 함께 놀 수 있어서 즐거웠고, 행복했어.

에이치

그저 그뿐이었는데. 있잖아, 세나 군……. 대체 무엇 때문에 츠키나가 군은 망가져 버린 걸까?

대체 누가 울새를 죽였을까?

— 프롤로그 끝 —

역주

01. 나이트와 나이츠
체스의 말인 '나이트'와 아이돌 유닛 '나이츠'는 원문에서 의미가 겹치는 표현이다. 문맥에 따라 구분하되, 체스판 위의 말과 유닛의 과거를 함께 암시하는 중의성을 살렸다.

02. 울새를 죽인 사람
영국의 전래 동요 「누가 울새를 죽였을까?」를 인용한 표현이다.

© 텐쇼인악개